「나이이이인!!!!」
비통하게 소리지르며, 스리는 나인에게로 달려갔다.
이마, 입, 손, 다리…… 온몸에 핏자국이 흩어진 어린 소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무참했다.
아무리 스리가 불러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다고 자신에게 맹세했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이런 모습이……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러워서, 스리는 온몸이 불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거기서 엠퍼러가 입을 열었다.
「아직 숨은 붙어 있나? 그렇다면 네가 끊어라. 그러면 목숨을 살려주마. 그때처럼 말이다」
무언가가 자신 안에서 터지는 소리를, 스리는 들었다.
「남매가 사이좋게 같은 상대, 같은 파트너에게 죽는다면 그것도 나름 만족스럽겠지」
투구에 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추악한 얼굴이 선명히 눈앞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이놈… 엠퍼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몸속을 방황하던 자신에 대한 갈 곳 없는 분노가 출구를 찾아낸 것처럼 단숨에 폭발했다.
다리가, 팔이 움직인다. 목이 떨리고 팔이 삐걱거리고 피가 솟구친다. 분노가 스리의 몸을 움직여 엠퍼러에게로 덤벼든다.
원래도 빨랐던 스리의 참격이 더욱 빠르고, 더욱 힘차고, 사납게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눈앞의 적을 삼키려 했다.
응전하는 엠퍼러는 다시금 중력을 변화시켰지만, 그 「변화」 자체에 스리는 점점 익숙해져 갔다.
반쯤 본능에 몸을 맡기고 있는 스리. 그로 인해 감각이 예민하게 작용하여 어마어마한 속도로 순응해 갔다.
점점 스리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는 엠퍼러는 여러 번 참격을 맞지만 그럼에도 여유로운 표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야수가 된 건가. 물론 도구에 의사 따위 필요 없다지만 이렇게나 이성이 느껴지지 않게 되다니, 이쯤 되니 우습군!」
사실 엠퍼러는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화려하게 움직이는 스리는 일견 우세해 보이긴 했지만 실제로는 아직 엠퍼러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날 뿐이었다.
문득, 스리는 나인의 말을 떠올렸다.
떠올릴 수 있었던 건 그의 마음속이 아직 “냉정”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3년 전과는 달리 분노에 몸을 맡기고 있는 자기자신을 냉정하게, 그리고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는 또 하나의 자신이 있었다.
언제라도 멈출 수 있지만 하지 않는 편이 사태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부러 멈추지 않았다.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가 하고 있는 「감정을 컨트롤하고 그에 더해 그것을 힘으로 변환하는」 행위는 무술의 달인이라도 그리 쉽게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공격을 받은 순간 그 대상의 중력을 흡수하는 갑옷』
나인은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아무리 베어도 전혀 반응이 없다.
베어도 쳐도 소용이 없다면―― 내부를 폭발시킬 수밖에!!
보통이라면 이 상황에서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스리에게는 오히려 적합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리는 양손에 든 각각의 칼을 합체시켜 한 자루의 대검으로 만든 뒤 다시 쥐었다. 그리고―― 베었다!
그의 검은 두 자루의 검이 각각 같은 곳을 베고, 합체시킨 세 자루째의 검으로 다시 한번 베면 내부를 폭발시키는 특성이 있다.
엠퍼러에게는 이미 상당한 참격을 가해 몇 군데 쌍검을 교차시켰다.
남은 공정은 하나뿐. 이 대검으로 같은 곳을 베면 된다.
아까까지의 기세를 유지한 채 스리는 엠퍼러를 후려 베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맞질 않았다. 노린 위치가 꼭 1, 2리쥬씩 어긋났다.
스리의 이 “점격 폭발”을 발동시키는 단계로, 첫 번째 공격과 두 번째 공격은 선과 선을 교차시키면 된다. 하지만 세 번째 공격은 그 선과 선이 교차한 “점”을 정확히 포착해 그 한 점에 참격을 가해야만 한다. 당연히 세 번째 공격의 난이도가 월등히 높아진다.
하지만 스리는 그것을 명중시킬 자신이 있었다. 그럴 기량도 있다. 그런데도 맞지 않았다.
엠퍼러는 마치 희극을 감상하고 있는 것처럼 스리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도구의 성능도 모르는 명수가 어디 있나? 네 공격 방법도, 그 무기의 특성도 파악하고 있다」
그 말을 증명하듯 스리의 참격이 다시 빗나갔다.
그리고 즉각 날아오는 엠퍼러의 반격. 지팡이를 이용한 일격이 최적의 각도로 스리에게 쏘아졌다.
이유는 안다.
공격이 닿기 직전 중력이 변화한다. 실로 절묘한 타이밍. 그 순간에 궤도를 수정하는 건 불가능했다.
지팡이의 중력파 공격은 접촉하지 않는 한 발동하지 않지만, 닿기만 하면 그 충격은 매우 크다.
스리는 상대의 공격을 전부 검으로 막거나 비껴내고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엠퍼러의 계획대로였다.
접촉만 하면 결정적인 일격이 아니더라도 충격에 의한 타격은 확실하게 축적된다.
언제까지고 유효한 타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는 스리.
반면 확실하게 타격을 축적시켜 가는 엠퍼러.
승부의 행방은 명백했고 상황을 뒤집을 방법도 보이지 않았다.
거듭된 공방으로 인해 스리는 이미 너덜너덜해져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때―― 스리가 잘 알고 있는, 언제나 졸린 듯한 “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석… 완료」
비틀거리며, 쓰러져 있던 나인이 일어났다.
「무…슨」
엠퍼러에게서 경악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인! 괜찮아?!」
기절한 게 아니라 기절한 척하며 적을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가능성을 스리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나인은 일부러 스리에게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엠퍼러에게 간파당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그냥 찰과상. 몸 앞에 실을 쳐서 바위의 기세가 많이 꺾였어」
도저히 찰과상만 입은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스리는 우선 엠퍼러와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신중하게 세 사람의 위치 관계를 의식하며 나인에게 다가갔다.
「저 녀석의 중력을 조작하는 능력, 그 약점은 순간적으로는 발동시킬 수 없다는 것」
「무슨 소리야?」
「아츠 같은 구동은 필요없지만 저 녀석이 중력을 조작할 때 그 효과가 발동하기까지는 반드시 몇 초의 타임 래그가 있어. 낙석이 있던 순간 막을 수 없었던 이유가 그거야」
「하지만 아까 공격할 때는 전부 절묘한 타이밍에 중력이 변화했어. 그건 어떻게 가능했다는 거야?」
「전부, 읽었어. 그 녀석이, 스-의 움직임을, 전부」
「뭐!?」
「전부 읽고, 전부 예측해서, 전부 조작한 거야」
「그런 게 가능해!?」
「고대유물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야, 그런 전투 센스를 지니고 있어서지. 그러니까 저 녀석은 괴물이야」
거기서 엠퍼러가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알았다 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네 전투 방식은 이미 훤히 안다. 스피드, 파워, 검의 궤도, 버릇…… 오랜 세월 몸에 익은 전투 방식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지」
「스-」
「그래, 알아. 끝을 내자」
시선을 교환하고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엠퍼러와 대치했다.
스리는 최고 속도로 발을 내디뎠다.
검을 쥐고 대각선으로 상단 대시 베기. 당연하다는 듯 엠퍼러는 그것을 피하고 계속해서 반격했다.
처음 몇 번은 페인트를 섞은 사전 준비.
서로가 그것을 알고 진정한 일격에 대비한다……여기다! 엠퍼러는 그렇게 판단하고 중력을 조작했다.
예상대로 스리는 반 발짝 빠르게 검을 내밀어 두 번이나 “마킹”한 한 점을 노렸다.
중력이 바뀌고 검의 궤도가 살짝 어긋났……으나, 마치 그것을 예측했다는 듯, 어긋난 궤도가 정확한 위치로 향했다.
엠퍼러는 강제로 물러나면서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회피했다.
스리의 지금 동작은 이전과는 어딘가 달랐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엠퍼러에게 다음 참격이 덮쳐들었다.
이번에도 타이밍과 궤도를 예측해서 중력을 조작한다.
그러나――펑!!――――둔한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엠퍼러의 갑옷 일부와 왼팔이 타격을 입었다.
「이럴 수가!!?!」
즉시 또 한 번의 섬광. 펑!!――――이번에는 오른쪽 다리가 손상되었다.
대체 왜지!?
움직임을 예측하고 실행한 중력 조작을, 한층 더 예측해서 사전에 궤도를 수정했다고!?
나의 읽기 능력을 완전히 뛰어넘었다는 건가!?
그런 것을 스리가 할 수 있을 리가――거기서 엠퍼러는 겨우 알아차렸다. 스리의 몸에 몇 개나 되는 투명한 실이 감겨 있다는 것을.
연결된 실 끝에는 말할 것도 없이―― 나인.
나인이 딱히 꼭두각시처럼 스리를 조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각도와 적절한 방향으로 스리를 유도한다.
엠퍼러가 읽은 것을 또다시 읽어 공격의 궤도를 수정해 명중시킨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나인의 우수한 두뇌는 물론, 무엇보다도 파트너인 스리를 이해하고 있었던 덕택이었다.
스리가 전장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어떻게 싸우는지 나인은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자연히 스리의 전투 방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안다. 그렇다면, 그 의표를 찌르면 될 뿐.
「이 계집이――!!」
엠퍼러가 처음으로 분노를 드러내었다.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바위를 날려 나인을 공격하려 했으나, 지금 자신이 서있는 곳에 날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리와 나인, 어느 쪽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이곳으로 유도당했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한층 더 분노가 치미는 엠퍼러. 그렇다면 차라리 이 손으로 직접 가지고 놀다 죽여줄까……그렇게 생각하고 주위의 중력장을 줄이며 빠른 속도로 나인에게 달려갔다.
「오길 기다리고 있었어」
엠퍼러의 진행 방향, 공중에 갑자기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아마도 아츠를 이용한 것인 듯하다――
「시시하군」
같은 수법이 두 번이나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심지어 이번에는 기습조차 아니었다.
중력장의 영역에 들어온 바위를 엠퍼러는 지팡이로 손쉽게 파괴했다.
――거기서 그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바위에 숨겨져 있던 토끼 봉제인형이 엠퍼러의 앞에 나타났다.
「뭐야!?」
그것이 평범한 봉제인형이 아니라는 것을 엠퍼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퍼엉!――
눈앞에서 봉제인형이 폭발했다. 덮쳐드는 열파와 빛에 떠밀려 반사적으로 다리를 멈추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펑!!――――
등뒤에서 가한 스리의 참격을 맞고 갑옷이 폭발했다.
「끝이다――」
부서져 흩어진 갑옷의 한 점―― 뻗어나간 스리의 검이 엠퍼러의 가슴을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