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Heroes: Hajimari no KISEKI
This is the End, as well as the Beginn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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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 IX
3과 9
제8권

중력과 고대유물

Gravity & Artifacts

스리와 나인은 언덕, 아니, 언덕이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여기저기에 전보다 암석이 훨씬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황제디 엠퍼러가 태연하게 서 있었다.
예상이 적중했다고 해야 할까, 역시 엠퍼러는 완전히 무사하진 않았다. 최소한 늘 두르고 있던 낡은 로브는 약간의 천조각을 제외한 대부분이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그 아래에 감추고 있던 것이 드러났다.

윗부분에 왕관 부조가 새겨진 황금 투구, 끝이 구형으로 되어 있는 황금 지팡이, 그리고 전신을 덮은 황금 갑옷.
결코 “화려하다”는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야말로 가죽 아래 숨겨진 거만함과 오만의 현현과도 같은 복장이었다.

「너희는 영리하지. 돌아올 것을 믿고 있었다」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스리와 나인은 그에게 다가갔다.

「자, 누가 누구를 죽일지 정했나?」

두 사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주보았다.

스리는 눈을 감고 손을 검에서 떼어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나인은 독침을 꺼내 스리에게로 투척――한 것은 시늉일 뿐,독침이 손끝에서 떨어지기 전 방향을 틀어 엠퍼러에게 던졌다.

그러나 침은 일정 거리를 날아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것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허무하게 지면을 향해 떨어졌다.

「그런가, 대답은 『둘 다 죽는다』인가」

「아니」

나인이 다시 침을 던졌다. 이번에는 위로 비스듬히. 동시에 스리가 달리기 시작했다.

「대답은, 『둘이서 당신을 죽인다!!』」

소리치며 스리는 빠르게 이동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동작은 엠퍼러에게 다가간 순간 둔해졌고, 엠퍼러는 어렵지 않게 지팡이로 막아냈다.
그때 공중으로 던져진 침이 중력장의 영향으로 방향을 틀어 정확히 엠퍼러 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인은 처음 단 한 번의 순간에 중력장의 범위와 영향력을 파악하고 포물선을 이용한 궤도로 수정한 것이었다. 심지어 중력장에 의한 가속도를 이용한 만큼 평소보다 관통력이 강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엠퍼러가 왼팔을 한 번 휘두르자 막히고 말았다.강력해진 침으로도 그 황금 갑옷을 뚫을 수 없었다.

「날 거역한단 말인가, 나를!」

지팡이를 내려친다. 즉시 스리가 검으로 막아냈지만 충격으로 몇 에이쥬나 뒤로 날려갔다.

「커헉……」

간신히 버티긴 했지만, 마치 거대한 망치에 맞아 날아간 듯한 그 충격은 결코 근력과 지팡이의 무게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 역시 「중력」을 조작하는 능력의 일부일 것이다.

「“숙청”의 시간이다」

그것은 바로 몇 시간 전, 그리고 3년 전 그때도 들었던 말.
사형 판결처럼 들리는 그 말에 스리는 그때의 공포를 떠올리고 휘청거릴 것 같아졌지만, 뒤에 있는 나인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꾹 참았다.

지체 없이 태세를 정비한 스리가 다시 덤볐다. 스리의 공격에 맞춰 나인도 침을 던져 원호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 결과는 마찬가지.
하지만 즉시 세 번째, 네 번째 차례를 거듭할수록 고중력 속에서도 공격이 익숙해지면서 스리의 검은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근육을 움직이는 법, 검을 휘두르는 법, 궤도, 각도…… 낭비가 점점 줄어들었고 엠퍼러도 점점 대처할 여유가 줄어들었다.

스리의 통찰력은 나인에게 미치지 못했으나, 근접전에 대한 자질만큼은 확실했다.

동시에 나인의 원호도 멈추지 않았다. 침을 이용한 공격은 확실히 갑옷을 뚫을 수는 없었지만 나인은 중력장의 영향에도 정확하게 갑옷의 틈새를 노렸다. 아츠 공격도 간간히 섞으니 더욱 강력해졌다.

엠퍼러로서는 대처가 어렵지는 않았으나, 이번엔 스리를 향한 주의력이 흐트러졌다.
그쪽은 그쪽대로 갈수록 성가셔지고 있었다.

몇 차례의 접전 뒤, 전황은 스리와 나인이 압도하는 듯했다.
하지만 투구 속에 숨겨진 엠퍼러의 표정에 초조해하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가끔 스리의 검이 엠퍼러의 갑옷에 명중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스리가 도약한 순간 마치 등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스리의 몸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의도치 않은 것이었다.

위험하다고 느낀 순간 이미 칼끝은 빗나갔고 자세도 무너져 있었다.

「중력을 줄였어!?」

동시에 도약한 엠퍼러는 공중에서 지팡이를 상단으로 치켜들어 단숨에 내리쳤다.

스리가 지면에 처박혔다.

「커헉!」

폐에서 밀려나온 공기가 핏방울과 함께 흩날린다.

「아직 안 끝났어! 피해!!」

나인의 외침을 듣고 스리는 간신히 몸을 옆으로 굴렸다.
거의 동시에 중력이 다시 커지며 스리가 떨어진 곳을 노려 엠퍼러가 지팡이를 아래로 내리찍었다.

충격파와 함께 지팡이를 중심으로 작은 크레이터가 생겼다.

「스-!!」

충격파만으로 옆으로 날아간 스리는, 만일 지팡이 바로 밑에 있었다면 지금쯤 곤죽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나인의 외침에 대답하며 다시 일어났다.

그 뒤로 전황은 일변했다.
중력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엠퍼러를 상대로 스리는 방어 일변도가 되었다.

몸이 중력장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금세 또 중력의 크기가 바뀌어 의표를 찔린다. 이래선 제대로 공격할 방법이 없었다.

나인도 중력이 변화할 때마다 그 범위와 값을 측정해야 했기에 유효한 공격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버티고는 있었다.
스리는 전위 담당으로서 확실히 우수했고 밀리면서도 엠퍼러에게 결정타를 가할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후방의 나인 역시 헛되이 하지 않았다.

「스-」

일단 엠퍼러와 거리를 둔 스리에게 나인이 말을 걸었다.

「조금 알 것 같아」

「그래, 부탁해」

엠퍼러의 공격을 경계하며 나인의 말을 기다리는 스리.

「3년 전에 싸웠을 때랑 비교해서 뭔가 달라진 점은 있어? 특히, 왼손. 뭔가 가지고 있지 않았어?」

지금의 엠퍼러는 왼손에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스리가 경험했던 과거의 전투에선……

「분명…… 금으로 된 까마귀 조각이 새겨진 구체를 들고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땐 지금보다 더 일방적인 싸움이었어」

「역시」

스리도 희미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자신들을 업신여겨 봐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인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그게 아닌 듯했다.

「호오? 눈치챘나」

엠퍼러는 감탄하는 듯한 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답을 확인하게 해 주마』라고 하듯 공격을 멈추었다.

「저 녀석이 몸에 두르고 있는 것,중력을 조작하는 고대유물아티팩트은 원래 4개가 한 세트일 거야」

「4개?」

「중력장을 발생시켜 중력의 크기를 변화시키는 황금 투구. 공격을 받은 순간 그 대상의 중력을 흡수하는 갑옷. 접촉한 곳에 국소적으로 강력한 중력파를 전달하는 지팡이의 왕홀. 그리고, 대상을 지정해 중력장의 효과를 구별하는 까마귀 보주」

즉 엠퍼러는 고대유물아티팩트을 전신에 장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히 로브를 쓰고 싶어질 만도 했다. 그 모습을 드러냈다간 틀림없이 칠요교회에 포착당할 것이다.

「확실히…… 이번에는 이쪽이 감속당하는 일은 있어도, 동시에 저쪽이 가속되는 일이 없어. 3년 전에는 그 때문에 꼼짝도 못했거든」

이번에도 엠퍼러의 중력장에 농락당하고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쌍방이 같은 중력 아래에서 싸우고 있다. 상대와 다른 중력 아래에서 싸웠던 저번과 비교하면 아직 활로가 있었다.

「아마 보주는 어딘가에서 잃어버렸거나 아까의 낙석으로 부서졌을 거야」

그런 의미로도, 지금이야말로 엠퍼러를 쓰러뜨릴 최대의 찬스.

「훌륭하다」

엠퍼러의 낮은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유열이 섞여있는 목소리.

「내가 보유한 고대유물아티팩트, 《조림의 레갈리아》를 단시간에 이만큼이나 분석해내다니. 역시 너는 일재다, 소드의 9나인 오브 소즈

「당신한테 칭찬받아 봤자 하나도 안 기뻐」

엠퍼러는 고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폭풍 같은 살기를 발했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도구라 해도 내게 쓰이지 않는다면──」

엠퍼러는 자신과 주위를 공중에 띄우더니 부유하는 암석들을 지팡이로 차례로 후려쳤다.

「가치는 없다!!」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부서져 흩어지는 바위가 있는가 하면 덩어리의 크기를 유지한 채 날아가는 바위도 있었다.
그것들은 일직선으로 나인을 향해 쏘아졌다.

「나인!!」

부서진 것은 산탄, 덩어리진 것은 포탄처럼 나인을 덮쳤다.
마치 이곳만이 전쟁터가 되어 적군의 집중 포화를 당하고 있는 듯한 형국이었다.

스리는 황급히 탄도 사이로 뛰어들었다.
날아드는 바위를 검으로 쳐내고, 막고, 부수고, 몸을 방패 삼아서라도 나인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원체 거리가 있었던 탓에 이미 태반의 바위가 그의 위치를 뛰어넘고 있었다.

――늦은 것이다.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었던 나인은 피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 수는 너무나도 많았다.

작은 바위를 무시하고 큰 바위만 피하려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유달리 큰 바위가 복부에 명중했고 그녀는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TO BE CONTINUED
"III & IX" Whole vol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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