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들”이 나를 쫓아오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죽인 사람들이다.
목을 베이고, 심장을 후벼 파이고, 몸통이 쪼개지고, 그런데도 나를 쫓아오는 무수한 시체들.
어딘가의 정치가도, 어딘가의 귀족도, 어딘가의 상인도, 어딘가의 부호까지.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아――――!!!!!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베고 베고 양단하고 터뜨리고――
그런데도 “놈들”은 멈추지 않았다.
고깃조각이 되어도, 뼈가 되어도, 위도 폐도 내장도 뇌수도, 전부 꿈틀거리며 나를 향해 다가온다.
파도가 되어 나를 삼키려 한다.
뛰어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
그리고 앞쪽에 “그 녀석”이 있었다. 내가 죽인 바로 “그 녀석”이.
『감히 우리를 죽였겠다아!!!』
나를 밀쳐 쓰러뜨리더니 내 목을 조른다.
이거 놔, 놔, 날 놔!!
필사적으로 발버둥치지만 풀리지 않는다.
썩은 체액이 내 몸에 떨어져 피부를 녹인다.
그리고, “파도”에 휩쓸린다……
나는 그저, “인간”이 되고 싶을 뿐이야――
악몽에서 깨어난다.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온몸에서 불쾌한 땀이 솟아올랐다.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억지로 누른다.
임무가 끝난 날 밤에는 늘 그랬다.몇 번을 해도 흐려지지 않는, 살인에 대한 혐오.
아무리 지나도 닦이지 않는 손바닥의 감촉.하지만 해야만 한다.
우리는 도구다.의사는 필요 없었다.
필요한 것은 사람을 죽일 힘과 명령에 대한 복종.
그저 “조직”이 명하는 대로 사람을 죽인다. 그 하나에 모든 존재 의의가 부여되었다.명령 거부도, “조직”에서의 도주도 “죽음”을 뜻한다.
――――“조직”.
그 진짜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꺼려지는, 「뒷세계」의 암살자 집단.
주된 업무가 암살이기에 그렇게 인식되었으나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게 무엇인지 하위 구성원―― 도구인 나는 알 방법조차 없었다.
구성원은 거의가 어린 시절부터 “조직”에 예속된다.뒷사정이 있는 아이를 “긁어모아” “양성소”라는 곳에서 전투 훈련을 받게 한다.그 중 상당수는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지 못하고 “탈락”하지만 운 좋게 살아남으면 “이름”을 받고 정식으로 하위 조직원으로서 인정받는다.
나도 그랬다. 7살에 강제로 “조직”에 들어가게 되어 10살에 “양성소”를 나왔다.
원래 이름은 “양성소”에 들어가자마자 버려야 했다.부르는 것은 물론 입에 담기만 해도 엄벌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라는 것이 없는, 단지 “잔뜩 있는 도구 후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나날이었다.
구성원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름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것 역시 “도구”라는 증거에 불과하다. 「타로 카드」의 「소 아르카나」, 그 56장 중 1장이 하위 구성원에게 주어지는 이름이다.
내 경우는 소드의 3.인간미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이름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참고로 간부와 극히 일부 특수한 힘을 지닌 자에게는 「대 아르카나」의 이름이 주어진다.그 전투력은 하위 구성원들과는 차원이 다르며 고위 유격사 이상이라는 소문도.
숙소의 방을 나와 나는 옆방의 기색을 살폈다. 나인은 아직 자고 있는 듯했다. 마침 보고 시간이었기에 그대로 혼자 숙소를 나왔다.
“조직”의 하위 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2인 1조로 행동한다.내 파트너인 소드의 9은 한 살 아래 소녀다.통상 3년~5년, 혹은 도중 “탈락”하는 “양성소”를 1년 만에 졸업한 “천재”.정보 수집, 전황 분석, 연기, 잠입…… 모든 면에서 우수한 재능을 지녔고 침과 실을 무기로 삼는 그 전투 스타일은 대인전에서 유리했다.특히 암살에 관한 그 적성은 나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한 팀이 막 됐을 무렵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임무 중에 가장 의지하고 있는 파트너다.
――동시에 내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2인 1조라는 제도는 임무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그보다도 서로를 “감시”시키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
배신이 “죽음“을 뜻하는 “조직”.
자유는 없고, 있는 것은 “도구”로서의 일생뿐.하지만 “조직” 내에는 어떤 특수한 규칙이 존재한다.
첫째, 파트너의 배신을 알아냈을 경우, 윗선에 보고하고 증거를 제시한다.
둘째, 그 당사자를 죽인다.
이 두 가지를 달성해내면 그 포상으로 “조직”에서 자유로워질 권리를 얻을 수 있다.
섣불리 도주해도 언제 “조직”의 추격자에게 살해당할지 모른다. 확실하게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도주하는 것보다도 늘 파트너의 행동을 주시하는 편이 낫다. 최악의 경우 파트너가 “조직”을 배신할 생각이 없었다 해도 들키지 않고 증거 날조에 성공하면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자는 적이 아니라 곁에 있는 파트너.
“조직”을 배반하려 하지 않고, 파트너의 배신을 항상 경계한다.그것이 살아남기 위한 절대 조건이었다.
나는 그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3년 전, 나는 한차례 “조직”에서 도망을 시도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였다.
나와 당시 내 파트너였던 소년 《소드의 1》.
에이스는 나보다 한 살 많은 소탈한 녀석이었다.붙임성 있고 나와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았으며, 파트너가 된 뒤로는 내게 있어 형님 같은 존재였다.자기 키만한 거대한 검을 가볍게 휘둘러 때로는 적을 물리치고 때로는 그 검신을 방패 삼아 나를 적의 공격에서 지켜주었다.「에이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력자였다.
에이스는 나처럼 살인을 혐오했다.그런 우리가 “조직”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파트너에게 밀고당할 우려 때문에 “조직”을 배신할 수 없다.
그렇다면 파트너와 함께 “조직”을 배신한다.
그러면 둘 다 살 수 있다.
그렇게 둘이 함께 도망 계획을 세웠다.
다른 팀의 눈이 닿지 않을 먼 지역에서의 임무가 떨어졌을 때 그것을 결행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잘 될 줄 알았다.평소 활동 지역에서 떨어진 에레보니아 제국에 들어갔고 그걸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곳에도 “조직”의 “눈”은 있었다.금세 다른 팀이 우리를 쫓아왔고 전투가 벌어졌다.그래도 에이스와 잘 연계해서 두 번이나 추격자들을 격퇴했다.
하지만 세 번째로 나타난 추격자는 우리 같은 하위 전투원이 아닌, “관리인”이었다.압도적인 힘 앞에서 나와 에이스는 속수무책이었다.중상을 입고 목숨만 간신히 건진 상태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이제 갈 곳이 없었다. 다음에 적을 만나면 끝이었다.동굴에서 서로 기댄 나와 에이스는, 말은 나누지 않았으나 피차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저기, 에이스」
「왜, 파트너」
마지막 대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말을 계속했다.
「난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뭐야 그게」
「미련도 후회도 많지만, 그래도」
에이스는 가만히 내 말을 기다렸다.
「그래도 나는, 너랑 마지막까지 같이 싸우다 죽을 수 있다면, 그거면 나쁘지 않아. “도구”로서 사람을 계속 죽이는 것보다는 몇만 배는 나아」
화톳불이 흔들렸다. 잠시 침묵한 뒤 에이스는 중얼거렸다.
「그래…… 지금까지 고마웠다, 파트너」
「나야말로, 지금까지 고마웠어」
이것으로 할 말은 다 했다. 이제 언제 적이 오더라도 나는 마지막까지 싸울 수 있었다.그리고――
「그렇다면」
공기가 갑자기 달라진 듯한 착각이 몰아치고, 에이스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날 위해 죽어 줘――」
순간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곧바로 그 말이 「같이 싸우다 죽자」라는 뜻이라고 마음대로 해석했고 확인하기 위해 에이스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시야에 비친 것은,
――――내리찍어오는 대검이었다.
순간 몸을 피하고 바로 전까지 서있던 지면이 부서졌다.
「왜 이래!? 에이스!!」
「왜 이러냐고? “조직”의 규칙, 파트너에 대한 마지막 항목을 잊었어?」
마지막 항목.
나와는 연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의식하지 않았던 그 내용을 생각해 냈다.
――파트너 두 사람이 함께 “조직”을 배신했을 때, 한쪽이 직접 파트너를 죽이고 그 시체를 헌상했을 경우에 한해 “조직”의 용서를 얻을 수 있다.즉 배신자 두 사람이 도주에 실패하더라도 서로 죽고 죽이면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 지금 에이스가 실천하려 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이해하고, 그럼에도 나는 같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왜 이래…… 에이스――!」
「파트너, 너랑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건 연옥에 갇힌 듯한 나날 속에서 유일한 행운이었어. 너랑 같이 인간이 되고 싶었어, 자유로워지고 싶었어」
「그럼――」
「하지만 나는 죽으면 안 돼! 살아가야만 한다고오!!!」
그렇게 외치며, 에이스는 대검을 내게 휘둘렀다. 몇 번이나 나를 사지에서 지켜왔던 그 검이, 이번에는 내 목숨을 빼앗으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죽어! 스리――!!!!」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도 검을 휘둘렀다.
슬픔과 절망에 휩쓸려, 그저 본능을 좇아 눈앞의 “적”에게 응전했다……
………
……
그 뒤로 어떻게 싸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분노와 슬픔에 몸을 맡기고 필사적으로, 볼품없이, 짐승처럼 베고 소리지르고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거기에는 에이스의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이렇게 나는 다시 “조직”의 “도구”가 되었고, 오늘까지 오랫동안 살아있을 수 있었다.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포기하고, 동시에 인간을 믿을 수 없게 된, 반편이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