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시각이 되어 배는 출항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기슭을 바라보며 건조한 목소리로 《소드의 3》스리 오브 소즈―― 스리는 말했다.
「타깃의 탑승을 확인했어. 적의 배치와 루트는?」
「확인 끄읕~」
스리와는 정반대로 들리는 느긋한 목소리로, 뒤에 선 파트너 소녀 《소드의 9》나인 오브 소즈―― 나인은 대답했다.
"조직"에서 파견된 두 사람의 이번 임무는 이 선박 여행의 주최자―― 거상 할도르 바른을 암살하는 것이다.
"암살"이라고는 해도 몰래 죽이든 경찰이나 유격사 협회에 들키지 않을 정도로 날뛰든,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효율이 좋은 쪽을 우선하는 것이 규칙이다. 다만 이대로 할도르가 칼바드에 도착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는 공화국의 범죄 조직 《헤이위에》와 깊은 유착 관계가 있어 만일 놈들이 보호하면 처리가 어려워질 것이다.
기관부 등을 제외하면 이 배의 구역은 주로 세 개의 플로어로 나뉜다. 가장 아래층은 객실로 가득하다. 당연히 스리 일행의 방도 이곳에 있었다. 2층은 홀로 저녁 식사와 파티 등이 이곳에서 개최된다. 그리고 3층에는 몇 개의 귀빈실이 있지만, 현재는 할도르가 전세를 낸 상태다. 그는 그 가장 안쪽에 진을 치고 있었다.
장비를 갖춘 두 사람은 행동으로 옮겼다. 우선은 2층의 홀로 이동했으나, 그 전에 선물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때마침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2층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부자나 귀족들뿐으로, 메뉴도 그에 걸맞게 호사스러웠다. 하지만 역시 경계하고 있는 것일까, 할도르의 모습은 홀에 나타나지 않았다.
「슬슬 시간이 됐군」
스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아래층에서 작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손님들이 술렁댔으나 그것도 곧 수그러들었다. 경비원들이 줄줄이 모여 한 층 아래로 향했다. 그건 스리 일행이 빈 객실에 설치한 소형 폭탄이었다. 위력은 별것 아니나 주위에 설치한 착화제와 합쳐지면 작은 화재 정도는 일으킨다. 경비원들을 낚을 미끼로는 충분했다. 그리고――
「나도 갈게~」
여전히 긴장감 없는 목소리로 나인은 파트너에게 자그맣게 선언했다. 나인은 드레스의 치마 부분을 살짝 잡아올리더니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몇 개의 검은 공 같은 물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펑!」하는 둔한 소리가 울리더니 홀 안에 연기가 넘쳐 흘렀다.
「이, 이게 뭐야!! 콜록 콜록!」
「눈이…… 눈물이……」
연막과 최루 가스. 살상력은 없고 효과도 가벼운 편이지만 이것으로 홀 안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제부터는 스리와 나인이 3층에서 행동할 시간. 1층에 있는 경비원들이 3층까지 올라오려면 필연적으로 2층을 통과해야 한다. 그 2층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있다면 제법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작전은 순조롭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것으로 할도르를 쉽게 죽일 수 있게 된 건 아니다. 3층으로 접어드는 계단참에서 스리와 나인은 몸을 숨기고 상황을 관찰했다.
「3, 4…… 복도에 5명, 인 건가?」
중얼거리는 나인에게 스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복장을 보니 선원은 물론이거니와 초대객은 더더욱 아니었다.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전투에 익숙해 보이는 생김새다.
「퇴직한 엽병들인가…」
배에 근무하는 경비원이 아니라 할도르 개인이 고용한 호위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할도르가 있는 안쪽 방까지는 외길 복도뿐. 전투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럼 나-가 갈게~」
그렇게 말하고 나인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숨을 생각도, 돌격해서 기습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 작은 발소리를 알아차리고 호위들은 다가오는 나인을 쳐다보았다. 귀여운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적의조차 느껴지지 않는 탓일까. 애초에 적으로 인식하지도 않고 있었다.
「아가씨, 이 층은 출입 금지야」
「아, 그러고 보니 아래쪽이 어째 시끄러운 것 같은데, 하지만 여긴 피난소가 아니다, 얼른 돌아가」
말투는 다소 거칠지만 호위 중인 퇴물 엽병치고는 썩 우호적인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 방에 가고 싶은데, 안 돼?」
그렇게 말하며 나인은 안쪽에 있는 할도르의 방을 가리켰다. 탑승구에서처럼 제멋대로인 아가씨 연기가 아니라 아마 본래 자신의 것일 졸립고 느긋한 목소리였다.
「할도르 어르신을 만나고 싶다고? 안됐지만 지금 어르신께서는 아무도 만날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아무리 부탁해도 안 돼?」
고개를 갸웃하는 몸짓에 호위 두 사람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안 되겠는데」
「그래…… 아쉽네」
딱히 아쉬워하는 기색도 없이, 나인은 오른손을 안고 있던 봉제인형에 대더니 재빠르게 앞쪽으로 휘둘렀다.
순간 작은 은빛 섬광이 번뜩이고 한 박자 늦게 두 호위가 털썩 쓰러졌다.
두 사람의 목덜미에는 각각 2개씩, 총 4개의 침이 꽂혀 있었다.
그것은 나인이 무기로 쓰는 독침이다. 평소에는 봉제인형 안에 감춰 둔 그것을 던져 경락의 특정한 위치에 명중시키면 독이 순식간에 전신에 퍼지는 효과를 발휘한다. 상황에 따라 수십 종류의 독을 구분해 사용하며 독이 아닐 때도 있었다.
지금 그 두 사람에게 박힌 것은 몸의 자유를 빼앗는 신경독으로 죽지는 않겠지만 한동안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응?」
이상을 눈치채고 상황을 확인하려던 안쪽의 호위 중 하나가 시야 구석에서 급속도로 접근하는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
그것을 정확히 포착하기도 전에 검이 하얗게 번뜩였고 세 명째 호위가 땅에 쓰러졌다.
그 재빠른 솜씨를 보인 이는 스리였다. 손에 든 것은 한 자루의 장검. 도신이 좁고 끄트머리 형태가 동방에서 전해지는 “도”와 같지만 도신은 휘지 않았다. 칼막이도 마치 일부가 이지러진 듯한 복잡한 구조였다.
역시 남은 두 호위는 이미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네 이노오오옴!!」
남자는 도끼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스리는 장검으로 받아내더니 그대로 치열하게 대치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호기로 보았는지 다른 한 남자는 검을 뽑아 스리를 향해 휘둘렀다. 스리는 오른손을 그대로 둔 채 왼손으로 허리에 찬 다른 한 자루의 검을 뽑아 상대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두 번째 검은 오른손의 장검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보이나 칼막이가 없는 데다 다소 짧다. 전투용이 아닌 호신용 단검이라는 말을 들어도 위화감은 없을 것이다.
체격 차이에다 오른손만으로 버티고 있던 탓에 도끼를 쥔 남자에게 밀리는 스리. 스리는 일부러 몸과 검을 틀며 힘을 풀었다. 남은 기세로 남자의 몸이 앞으로 쏠리자 그에 맞춰 왼손의 단검이 남자의 몸에 깊숙이 꽂혔다. 검을 든 남자가 다시 베려 하자 스리는 깊은 부상을 입은 도끼의 남자를 그쪽으로 떠밀었다. 거기에 정신이 팔린 그 순간, 스리의 두 자루 검이 마지막 호위를 베어 쓰러뜨렸다.
「자, 이걸로――」
"전부 쓰러뜨렸어"라고 말을 이으려고 나인 쪽을 돌아본다. 그때, 나인의 뒤에 있는 객실 문이 안쪽에서 열리려 하는 것이 보였다. 안에서 무기를 쥔 퇴물 엽병이 나오려 하고 있었고, 그의 목적은 뒤쪽에서 오는 공격에는 무방비 상태인 나인――
경고조차 시간 안에 닿지 않을 거리에 있는 스리, 한순간 달려나가려 했으나, 다음 순간 그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것은 객실에서 나오려던 적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감이 좋네」
마치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 나인은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퇴물 엽병이 방에서 내민 손과 발에는 몇 군데에 붉은 가로줄이 생겼고, 거기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안 움직이는 게 좋을걸~ 섣불리 움직였다간 고깃조각이 잔뜩 생길지도 몰라」
어린 소녀의 용모와 표정과는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 말. 그것이 단순한 협박이 아님을 퇴물 엽병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앞으로는 나설 수 없었다. 극세 강철실. 특수하게 가공 처리되어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에선 날붙이에 필적하는 예리함을 지닌다. 그런 것이 객실 문 밖에 몇 줄이나 쳐져 있었다. 육안으로 파악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고 힘차게 뛰쳐나왔다면 지금쯤 피로 물든 비가 내리는 참상이 벌어졌을 것이다. 실 끝은 특수한 형태의 침에 연결되어 있었다. 물론 이것도 나인의 무기 중 하나다. 소문으로는 다루기 힘든 이 강철실만으로도 적을 유린할 수 있는 달인도 있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나인은 아직 그 영역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침을 같이 사용해 다양하게 활용하는 만큼 꽤나 위협적이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이미 결정된 승부의 뒤처리를 하듯 나인은 침을 던졌고, 퇴물 엽병은 털썩 쓰러졌다.
그때서야 드디어 자신 쪽을 바라보는 스리를 눈치챘는지 나인은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왜 그래, 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냉담하게 대답하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두 사람은 가장 안쪽 방, 타깃―― 할도르 바른이 있는 곳으로 발을 들여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