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 of Heroes: Hajimari no KISEKI
This is the End, as well as the Beginn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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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 IX
3과 9
제1권

집사와 아가씨

Little butler & Little lady

레미페리아 공국, 동북쪽 항구 마을에 큰 여객선이 한 척 정박해 있었다. 한눈에도 자산가나 귀족 전용임을 알 수 있을 호화로운 배에 잘 차려입은 손님들이 줄지어 올랐다.

그중에 조금 눈길을 끄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아가씨와 집사―― 실로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을 옷차림과 언동. 이 자리에서는 흔한 조합이었으나, 문제는 연령. 둘 다 12, 3세로밖에 보이지 않는 용모로, 딱 잘라 말해 어린아이 2명이었다.

「자, 잠깐만요오~ 아가씨~」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며, 집사 소년은 녹초가 되어 앞에서 걸어가는 소녀를 뒤쫓았다. 몸에 걸친 연미복은 고급스러웠으나, 앞머리가 거의 눈을 가린 데다 움직임에도 패기가 없는, 자못 심약해 보이는 소년이었다.

「빨리 하란 말이야 이 얼간아! 계속 꾸물거렸다간 그 쓸모없는 다리를 개껌으로 줘 버릴 거야!」

신랄한 말을 내뱉으며 앞장서는 어린 소녀.

거만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나, 그 외견은 실로 사랑스러웠다. 인형 같은 정돈된 이목구비에 사파이어색의 투명한 눈동자. 양쪽으로 묶은 머리는 살짝 둥근 모양으로 감겨 있다.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프릴이 많은 검은색 드레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 손에 끌어안고 있는 50리쥬 정도의 거대한 곰인형. 그만 『그 나이니 별 수 없지』라며 응석도 눈감아 주고 싶어질 정도로 예쁜 용모였다.

「흐엑~! 용서해 주세요, 아가씨이~」

소년은 한심한 소리를 내며 걸음을 재촉하여 마침내 탑승구에 다다랐다.

「초청장과 탑승권을 보여 주십시오」

탑승구에서 승무원이 미소를 지으며 탑승 자격을 묻는다. 이 호화 여객선은 베른사 소유로, 주로 라미린만을 경유해 레미페리아 공국과 칼바드 공화국 사이를 오간다.

현재는 공화국의 대상인 할도르 바른이 대절한 상태로, 이번에 탑승하려면 그 바른 씨가 보낸 초대장과 일반적인 탑승권 양쪽이 필요했다. 애초에 발송된 초대장에는 반드시 객실이 지정된 탑승권이 포함되어 있어, 일반 탑승권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레이」

소녀는 소년의 이름을 부르고는 넌지시 초대장과 탑승권을 꺼내라고 손으로 지시했다.

「예, 아가씨. 왜 그러십니까?」

어린 집사는 눈치가 없는지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넌 대체 왜 이렇게 우둔하니! 이 굼벵이! 좀벌레!!」

「흐엑―――!!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마음껏 분노를 터뜨리는 소녀에게 그저 사죄하는 소년.

「빨리 초대장과 탑승권을 꺼내!」

「예, 예!!」

허둥지둥 짐을 뒤지는 소년 집사. 하지만 당황한 탓인지 모처럼 꺼낸 탑승권이 손가락을 벗어나 허공을 날았다. 운 나쁘게도 그 순간 한 줄기 바람이 불어, 탑승권은 바람을 타고 저 멀리――

「아아――――!!」

소년이 공중에 손을 뻗어 필사적으로 잡으려 했지만 그런 보람도 없이, 탑승권은 항구의 수면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그 불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주변에 그림자가 일렁이고, 여러 마리의 물고기들이 일제히 수면에서 꿈틀댔다. 물보라를 치며 물고기들은 만으로 돌아갔고, 그와 함께 탑승권도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년의 비통하게까지 들리는 외침이 주변에 울려 퍼졌다.

바들바들 몸을 떨면서, 집사 소년은 주인 쪽을 돌아보았다. 거기에, 소녀는 그저 서 있었다. 아무 표정도 없이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선 채로 소년을 바라본다. 마치 폭풍 전의 고요처럼――

「할 말, 있어?」

드디어, 한마디. 그러자 소년은 망가진 라디오처럼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라며 작은 목소리로 되뇌었다. 몸을 움츠리고 마치 처벌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이―――――― 쓸모없는 거어어엇!!!!!」

온몸의 힘을 담은 소녀의 외침과 함께 날아온 날카로운 발차기. 작은 체구에 그런 힘이 있나 싶을 정도다. 소년의 몸은 힘차게 하늘을 날더니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떨어졌다. 물에 빠진 소년은 수영을 못하는 듯, 격하게 팔을 파닥거리며 구조를 요청했다.

「사, 살려… 주세요… 아가씨……」

첨벙첨벙첨벙… 꼬로로록… 첨벙첨벙첨벙…

「당장 거기서 탑승권을 찾아내. 찾을 때까지 물가로 올라오는 건 허락하지 않겠어」

「하지만… 저, 수영… 못 해요…」

첨벙첨벙첨벙… 꼬로로록… 첨벙첨벙첨벙…

「알아」

「그, 그런………」

첨벙첨벙… 꼬로로록… 꼬로로로록…… 첨벙대는 소리가 멈추고, 소년은 순식간에 물 속으로 점점 가라앉는다…… 역시 위험하다 싶었는지, 보다 못한 승무원이 다른 선원을 불러 소년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소녀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 다시 소년을 걷어차 떨어뜨리려고 했다.

「소, 손님, 진정하십시오!」

승무원이 필사적으로 소녀를 달랬다.

「진정하게 생겼어!? 나는 급한 일이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왔다고!」

살벌한 시선을 소년에게 보낸다.

「배에서 중요한 거래 상담도 해야 하는데, 여기 못 타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직도 콜록거리는 소년은 그 말을 듣더니, 이미 창백해진 얼굴에서 한층 더 핏기가 가셨다. 그 모습을 불쌍히 여긴 승무원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선 초대장을 보여주실 수 있을지요?」

움직이려던 소년을 노려보며 제지하고 소녀가 직접 다소 난폭한 동작으로 초대장을 꺼내 승무원에게 건넸다. 몇 번이나 리스트와 대조해 보던 승무원이 말했다――

「리스트에 있던 크레스 레인하츠 남작 각하 앞으로 보낸 초대장이 틀림없습니다. 남작 각하의 대리로 오신 따님과 사용인이 맞으십니까?」

「예, 제가 크레스 레인하츠 남작의 장녀인 세리아 레인하츠예요」

승무원이 가볍게 인사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레인하츠 님, 탑승권은 괜찮습니다. 이대로 들어가십시오」

「어머, 괜찮겠어요?」

「예, 들어가시지요」

사실 윗선의 판단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지만 자리를 수습하기에는 최선의 판단이라고 승무원은 생각했다.

「목숨을 건졌구나, 구더기」

다시 소년을 차갑게 노려보곤 소녀는 배 안으로 들어갔다. 소년은 짐을 끌어당기더니 허둥지둥 뒤를 따라가려 했다. 몇 번이나 승무원에게 감사를 표했고 상대는 동정과 격려의 말을 건넸다.

배에 들어온 둘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마치 이미 길을 알고 있었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자신들의 객실에 도착했다. 방 이곳저곳을 재빠르게 체크하고, 한바탕 마무리 된 시점에――

「잠~입~ 완료~~」

긴장감이라곤 없는 느긋한 목소리가 소녀에게서 나온다.

「하아~으」

그리고 하품. 졸린 듯한 그 눈에서는 순진함과 가련함뿐. 조금 전까지의 고압적인 아가씨와는 마치 다른 사람 같다.

「나- 피곤해~ 이제 잘래」

봉제인형을 침대에 내던지더니 소녀 자신도 침대로 몸을 던진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나이에 걸맞게, 아니, 그 이상으로 순진하게 보였다. 그에 비해 소년은――

「방심하지 마. 임무는 지금부터다」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 물에 젖은 앞머리를 손으로 가볍게 넘기자 가려진 눈이 드러났다. 한없이 건조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냥감을 노려보고 있는 듯한 날카로운 눈. 어물거리기만 하던 집사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거기 있는 소년은 전신에서 냉혹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소녀 이상의 변모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아까 스-가 한 연기, 엉망이었어~」

침대 위를 굴러다니며 소녀는 태연하게 지적했다. 짚이는 게 있는지, 소년은 순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임무에 지장을 주진 않았어」

「반응이 하나하나 과장돼서 맞추느라 나-도 고생했다구~ 게다가 쓸데없이 눈에 띄잖아」

말하는 내용은 불평 같지만 무기력한 목소리 탓일까, 잠꼬대처럼 들렸다.

그렇다. 지금 이것이 두 사람의 진실된 모습으로, 방금 전 집사와 아가씨는 이곳에 침입하기 위한 연기에 불과했다.

배가 출항하기 전에 이상한 소동을 벌이면 오히려 임무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신분을 위장해 잠입하는 것을 택했다. "조직"의 정보망으로 사전에 올 수 없을 듯한 초대객의 정보를 파악해 그 "딸"이라고 주장한다. 초대장에 쓰인 종이는 고급품이지만 형식은 통일된 이름만 다르게 인쇄된 물건이다. 그것은 확실히 상인다운 합리성을 추구한 결과일 것이다. 덕분에 위조하기가 쉬웠다.

반면 탑승권은 베른사의 최신 위조 방지 기술이 집약되어 있어 위조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그래서 탑승구에서 그런 연극을 벌인 것이다.

소년이 탑승권을 떨어뜨린 것은 물론 고의로, 때마침 바람이 분 것도 물고기들이 날뛰었던 것도 봉제인형 속에 감춘 전술 오브먼트로 소녀가 몰래 마법 아츠를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계획대로 잠입에 성공했다.


소년의 이름은 《소드의 3》스리 오브 소즈.


소녀의 이름은 《소드의 9》나인 오브 소즈.


두 사람은, 암살자이다.

TO BE CONTINUED
"III & IX" Whole vol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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